재테크, 해방 이전부터 현재까지 역사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다 먹고 살려고 그러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잘먹고 잘 살기’ 위해 일한다. 간단하게는 하루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자녀의 손에 뭐라도 쥐어주기 위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수십년간 일을한다. 그러나 근로소득으로만 잘 살기는 쉽지 않다. 결혼부터 출산, 내 집 마련, 자녀의 진학, 노후 대비까지 목돈대여업체
이 필요한 시점이 많아서다. 이를 위해 재테크로 목돈의 꿈을 꾸는데, 사실 우리나라도 재테크 역사가 깊다. 창간 80주년을 맞아 해방 이전부터 현재까지 대한국민들이 목돈을 만들기 위해 어떤 방법을 거쳤는지 살펴봤다.
■ 돈을 바라보는 시각

1927년 송완식 저서 “돈 모아야 한다” 강조
영풍제지 주식
조선사람 빈한을 청빈이라 칭찬 관점 지적





"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0/08/551714-qBABr9u/202510081108뷰웍스 주식
46071rbsi.jpg" data-org-width="600" dmcf-mid="VKOfcxTNv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8/551714-qBABr9u/20트러스제7호 주식
251008110846071rbsi.jpg" width="658">

돈괴 및 화폐. 조선시대 사용되던 돈괴와 각종 화폐. /고창석 <80년전 돈 모으는 법과 시간여행>



한국고서협회장을 역임한 고창석(80) 작가는 지난 2010년 ‘8스탁포유
0년전 돈 모으는 법과 시간여행’을 펴냈다. 우리나라 고서와 고문서를 수집해왔던 그는 한국의 첫 재테크 책일 수 있는 남송 송완식의 ‘과학적 돈 모으는 法(법) / 1927刊(간)’을 접하고, 이를 토대로 과거의 재테크 방법을 소개했다.

책을 보면 자본주의가 확립되기 전인 만큼 돈을 바라보는 관점이 현재와 사뭇 달랐다. 부모가 자식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능력을 수저에 비유한 ‘수저계급론’이 통용될 정도로 부의 축적을 부러워하는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가난한 사람에게 재물에 욕심이 없다고 크게 칭찬했다.
“우리 조선 사람 같이 돈의 관념이 적은 사람은 없다. 무슨 고약한 짓이나 하여야 돈이 생기는 줄만 안다. 그래서 빈한한 사람을 보고 청빈에 안주한다고 도리어 상찬한다. 이것은 경제사상이 공허하기 때문이요, 또는 구 도덕 즉, 유교 사상에 침윤된 까닭이다.”
저자는 정치적으로 망한 민족은 회복할 희망이 있지만, 경제적으로 망한 민족은 회복할 희망이 없다며 돈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빈자의 집에 태어났다고 일생을 가난뱅이로 마친다는 법률은 없으며, 기회를 잡는다면 누구든지 부자될 자격이 있다고 설명한다.
■ 백원으로 91만원 만드는 법

돈의 증식력 주목 ‘복리’ 재테크 방법 소개
“원금·이자에 다시 이자 더해 무섭게 증식”





"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0/08/551714-qBABr9u/20251008110847343msqx.jpg" data-org-width="600" dmcf-mid="fpWeIo1mT6"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8/551714-qBABr9u/20251008110847343msqx.jpg" width="658">

조선말 천명 이상의 계원을 모아 각자가 돈을 걸게 하고 계알을 흔들어 뽑아 등수에 따라 돈을 태우던 계. /고창석 <80년전 돈 모으는 법과 시간여행>



저자는 돈의 증식력에 주목하며 ‘복리’를 재테크 방법 중 하나로 소개했다.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단리와 달리 복리는 원금에 이자가 붙은 금액에 이자가 다시 더해지는 방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가 불어나는 게 특징이다.

“원금 100원이란 돈으로 연리 3分(연3%)을 주면 50년 후에 438원39전이 되고 연리 2할(20%)을 주면 50년 후 91만17원 78전이 된다. 돈이란 이렇게 무섭게 느는 것이다”
당시 통화의 단위는 사실상 일본 엔화와 같은 가치로 움직였던 ‘원(圓·엔, 1원=100전)’이었다.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던 금융 전문가 김선홍씨는 강점기 시절 1원은 쌀값을 통해 현재 가치로 환산할 수 있다고 했다.
예컨대 1920년대 중반 쌀 한석(약 144㎏) 가격은 35원으로 80㎏ 한 가마 가격은 19.44원 정도다. ㎏당 가격은 24전. 오늘날 쌀 10㎏ 가격을 6만원으로 산정하고 강점기 1원으로 환산하면 2만5천원의 가치다.
즉, 250만원으로 연리 2할을 주면 50년 후 242억5천42만5천원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다만, 현재는 복리 상품의 대부분 이율은 5% 미만으로 과거 같은 복리의 마법을 누리긴 힘들다.
■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재테크

금 대신 디지털코인 사는 시대 新 리셀 주목
인형 ‘라부부’ 희소성·랜덤 결합 고가 거래
취향이 자산… 음악 저작권 등 조각투자도





"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0/08/551714-qBABr9u/20251008110848663sexr.jpg" data-org-width="600" dmcf-mid="4C9IUTP3C8"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8/551714-qBABr9u/20251008110848663sexr.jpg" width="658">

일제강점기 우체국에서 저금을 장려할 목적으로 만든 ‘아심닛가(아십니까)’ 홍보전단. /고창석 <80년전 돈 모으는 법과 시간여행>



투자가 꼭 주식이나 부동산이어야 할까? 누군가는 금 대신 디지털 코인을 사고, 또 누군가는 펀드 대신 한정판 운동화를 고른다. 취향과 재미가 곧 자산이 되는 요즘 시대, 낯설지만 이 또한 재테크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유명 K-POP 아이돌 블랙핑크의 리사가 ‘라부부’ 라는 인형을 자랑하자 해당 제품은 순식간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중국 토이 브랜드 ‘팝마트’에서 랜덤 박스 방식으로 판매되는 라부부 인형은 정가가 10만 원 남짓이지만 희소성과 팬덤이 결합하면서 리셀 시장에서 없어서 못 파는 상품이 됐다. 실제로 올해 초 발매가 12만대의 한정판 라부부 인형은 국내 한 거래 플랫폼에서 13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며 또 한번 가치를 입증했다.
거래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라부부 거래액은 지난 6월 한 달 동안 전월 대비 121%, 전년 대비 7천700% 이상 급증했다. 이런 흐름은 레고, 피규어 등 다른 한정판 아이템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한 취미 상품이 이제는 투자 대상으로 인식될 만큼 ‘취향이 곧 자산’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주목받는 것이 조각투자다. 큰돈이 없어도 미술품이나 음악 저작권 등을 쪼개 일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층의 관심을 모은다. 조각투자는 STO(토큰증권)라는 큰 흐름 안에 있다. STO란 주식·채권·부동산 같은 전통 자산을 디지털 토큰으로 바꿔 여러 명이 나눠 갖게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수억 원짜리 건물을 블록체인 상에서 수만 개 디지털 토큰으로 쪼개고, 투자자는 그중 일부만 사서 임대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여기에 RWA(실물자산 토큰화)라는 개념도 있다. 금이나 미술품, 심지어 희귀 와인 같은 현실의 자산을 디지털 조각으로 바꿔 거래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금 1kg을 1g 단위로 쪼개서 누구나 휴대폰 앱으로 사고팔 수 있는 셈이다. 과거에는 큰돈이 있어야 접근할 수 있었던 투자가 리셀과 STO, RWA를 거치면서 소액으로도 가능한 취향 투자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 이색 재테크의 명과 암

디지털 원숭이 그림이 수십억 ‘NFT 열풍’
‘미래의 투자’서 거품 빠지자 ‘투기’ 비판
이색 재테크 ‘투자-소비 경계’ 제도화 관건





"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0/08/551714-qBABr9u/20251008110849967mqye.jpg" data-org-width="500" dmcf-mid="8hPW95iBC4"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10/08/551714-qBABr9u/20251008110849967mqye.jpg" width="658">

일제강점기에 사용된 거치예금증서. 금융조합에서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내놓은 예금통장이다. 표지에 나온 인물은 인물에 걸맞게 교육, 양도, 육아, 결혼, 가정 조성 등으로 표시했다. /고창석 <80년전 돈 모으는 법과 시간여행>



물론 새로운 재테크라고 해서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세상을 흔들던 NFT 열풍은 기억에 생생하다. 디지털 원숭이 그림 한 장이 수십억 원에 거래되며 미래의 투자라 불렸지만, 거품이 빠지자 순식간에 투기라는 비판만 남았다.

전문가들은 이 사례를 들어 이색 재테크가 언제든 유행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최근 꼽히는 이색 재테크는 유동성이 크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장치도 부족하기 때문에 장기적 투자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며 “투자의 보편성 측면에서 아직 일부 사람들만 뛰어드는 조각투자나 리셀 시장은 재테크보다 소비 시장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그는 제도적 기반만 마련된다면 새로운 투자 시장은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 교수는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법 개정을 추진 중인 만큼 미술품, 한정판 상품 등 실물자산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투자 시장이 소액 투자자에게도 열릴 것”이라며 “다만 정보 공시 의무 강화와 피해 구제 제도 같은 투자자를 위한 안전망이 마련돼야 제도권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색 재테크는 지금 ‘투자와 소비의 경계’에 서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재밌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취미형 투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도화 여부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새로운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을지 한때의 유행으로 사라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앞으로 돈을 버는 풍경은 주식과 부동산만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혜경·김지원 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