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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에 요청했다. 내란죄 피고인에 대한 특검의 첫 구형으로, 1심 판결 역시 가장 먼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국정 2인자’로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막기는커녕 적극적 사이다쿨 으로 도운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 다른 내란 재판의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이후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잇따라 출석해 위증을 반복했다. 자신은 계엄을 말렸고, 계엄 선포문 등 일체의 계엄 관련 문건을 보거나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증거와 증언에 의해 모두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특검 1회 조사 때까지 부인 바다이야기온라인 으로 일관하던 한 전 총리는 경찰이 확보한 대통령실 폐회로티브이(CCTV) 영상을 들이대자 포고령 수령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재판에서는 또다시 말을 바꿔 문건을 받은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국무총리를 두차례나 지낸 고위공직자가 이래도 되는가.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당일 저녁 8시 대통령 집무실에 모인 일명 바다이야기비밀코드 ‘8시 멤버’로 비상계엄 선포 사실과 폭동의 전모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전 총리가 계엄을 말리는 걸 보거나 들은 사람은 없고, 오히려 합법적 외관을 갖추려 동분서주한 증거와 증언은 수두룩하다. 국무회의 정족수가 모자라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빨리 오라고 채근했고,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적 결함을 보완하려 강의구 전 온라인릴게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사후 선포문에 서명한 뒤 이를 폐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다른 국무위원들이 모두 퇴장한 뒤 이상민 전 장관과 단둘이 남아 16분에 걸쳐 문건을 보며 상의하는 등 언론사 단전단수를 비롯한 지시사항 이행을 논의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도 남아 있다.
이날 한 전 총리는 최후진술에서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으나 비상계엄에 바다이야기부활 찬성하거나 이를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며 “그것이 오늘 이 역사적 법정에서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마지막 고백”이라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변명으로 책임을 모면하려고만 한다. 12·3 내란 당시 상황을 최대한 솔직하게 털어놓고 특검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오랫동안 이 나라의 고위공직자로 살아왔던 한 전 총리가 나라와 국민 앞에 사죄하는 최소한의 길이다. 또 법원은 공직자의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