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os 파워볼 유출픽 으로 돈버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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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reelnara.info
일러스트 = 토끼도둑 작가
고등학생 때 령이가 ‘변두리 소년, 소녀’라는 노래를 자주 듣던 것을 슬기는 기억했다. 브로콜리너마저라니, 특이한 이름이 다 있네. 슬기가 플레이리스트를 보면서 웃었을 때 령이가 이어폰 한쪽을 내밀었고 무심결에 듣기 시작한 노래는 신기하게 좋았다. 화자는 ‘너’에게 보이지 않는 날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가 네가 그 날개로 여기서 멀리 떠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령이는 그 노래를 종종 소리 내서 흥얼거렸는데 이어
우주전함야마토게임 폰으로 들을 때보다 더 신나는 톤이었다. 령이는 자신에게 날개가 있다고 믿을 것이다. 슬기는 슬기 자신에게도 날개가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둘 모두에게 날개가 있다면, 날아가는 ‘너’를 보고 있는 노래 속의 ‘나’는 누굴까?
변두리에서 도망치자. 그건 슬기와 령이의 공통 목표였다.
입학하자 만난 령이는 슬기와 성격도
바다이야기APK 잘 맞았고 성적도 비슷했다. 중간에 반이 멀어졌을 때도 늘 자습실 앞 복도에서 만나 키득거렸다. 손깍지를 끼고 다녔다. 매일 다섯 번씩은 ‘울산을 떠나자!’고 다짐했다. 같은 대학에 가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괜찮다고, 서울로만 같이 가면 된다고 슬기는 생각했다. 교실보다 쾌적하게 꾸며서 상위권 학생들만 쓸 수 있던 자습실은 내신과 모의고사를 칠 때마다 등수
야마토게임무료다운받기 를 매겨 자리를 재배치했다. 대체로 령이가 슬기보다 앞 순위였는데, 가끔은 슬기가 뒤집었다. 아이들이 모두 징그럽다고 불평하는 그 ‘재배치’를 슬기는 남몰래 즐겼는데 이상하게도 령이를 앞설 때만큼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모든 것이 유예되던 계절이었다. 꿈도 환상도 다 내년으로. 분명 멋진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이 시험만 끝나면 행복해질
바다이야기게임장 거라고 아이들은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수능 날은 비현실적이었고 다 끝난 이후에는 허무한 기분이 밀려왔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슬기는 령이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둘의 우정은 이곳을 떠난다는 전제 위에 쌓여진 마법의 성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떠날 수 없다면, 그럼 어떻게 되지?
령이가 수능을 망쳤다고 했다. 수
야마토게임장 시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할 거라고 아이들이 소곤대는 걸 들었다.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령이는 슬기 아닌 다른 친구들과 웃고 있었는데, 슬기는 령이 앞에 나타나는 것조차 어딘가 부적절하다는 기분이 들어 령이를 피해 다녔다. 하나둘 합격 발표가 나기 시작했다. 슬기는 학교에서 자랑스럽게 내건 현수막에 포함되었다. 누가 어느 대학에 붙었고 어디 가기로 했다는 내역은 아이들 사이에서 세세하게 공유되었다. 령이는 남기로 한 것 같았다. 정시로 수도권 대학을 써볼 수는 있었을 텐데 슬기는 령이가 그러지 않은 이유를 물어볼 엄두도 못 냈다. 집안 형편이 어렵지 않은데 재수를 안 하는 이유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담임은, 이전에 울산 여자애들은 부모님들이 끼고 산다고 일부러 서울 보내지도 않았는데 시대가 변해서 너네는 참 다행이라고 했다. 뜬금없는 말에 슬기는 령이의 눈치를 봤는데 령이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입학 장학금을 주는 적당히 좋은 대학과, 장학금이 없는 더 좋은 대학 사이에서 슬기는 어쩔 수 없이 전자를 골랐다. 기숙사는 추첨에서 떨어졌고, 엄마가 친척들에게 사정해 빌린 돈으로 원룸을 구했다.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사투리를 숨기는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남자들이 사근사근한 말투로 말하는 게 어색했는데, 한 번씩 집에 돌아오면 예전에는 별생각 없었던 이곳 사람들 말투가 죄다 퉁명스럽게 느껴졌고, 그러면 마음이 불편해졌다. 첫해에 슬기는 변두리를 벗어난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고, 생활비 때문에 신경이 매일 곤두섰고 마음이 무너졌지만 일기에는 비장하게 썼다. 날개를 달려면 원래 피눈물이 필요해. 다음 해가 되고 그다음 해가 되니 그냥 모든 게 다 지긋지긋해졌다. 예전에 썼던 일기에 취소선을 죽죽 그었다. 피눈물 좋아하시네… 그냥 도망치고 싶었다.
방학이나 명절 때면 울산에서 령이를 만났다. 집에서 가까운 대학에 다니는 령이는 이상하게도 입시 실패의 상처에서 금방 회복한 것 같았고 마냥 잘 지내는 듯했다. 그에 비해 슬기가 느끼는 실패는 현재 진행형이었고 매일 반복되는 사건이었다. 슬기는 자신이 령이에게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는 건지 아니면 반대로 령이가 부러운 건지 헷갈렸다. 슬기는 서울 생활에 대해, 대학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말을 조심하다가도, 그러는 태도 자체가 령이를 낮잡아 보는 건지 헷갈렸다. 둘의 화제는 애매하게 맴돌다 울산 외곽에 새로 생겼다는 커다란 온실 카페로 옮겨 갔지만 곧 이야깃거리가 떨어졌다.
근데 울산 출신 애들 돈 많더라, 부자 도시라며? 동아리 선배가 지나가며 던진 농담을 들은 날부터 슬기는 옷차림에 자꾸 신경이 쓰였다. 만 원 주고 산 보풀 제거기로 꾹꾹 눌러가며 정리한 니트를 입었다가, 옷에 구멍 났다고 알려주는 후배 말을 듣고 뺨에 열이 올랐다. 독서 모임에서 학벌주의와 특권에 대한 책을 읽었다. 처음 통성명하는 사람에게 신입생 때는 어느 대학 다닌다고 소개하다가, 나중에는 어, 그냥 근처 학교 다녀요, 얼버무렸다. 지방 소외에 대한 뉴스를 볼 때, 교양 수업 시간에 학벌 차별을 주제로 토론할 때 슬기는 헷갈렸다. 나는 변두리를 벗어나 특권을 얻은 건가? 하지만 여기 태어나서 자기 부모님 집 살고 월세도 안 내는 친구들에 비하면 터무니없는데? 울산에 남아 행복하게 지내는 령이는 소외된 건가? 슬기는 누구를 향하는 건지도 모르는 반감을 느끼다가, 자신은 무엇도 거저 얻지 않았고 그저 괴로울 정도로 노력해서 이룬 것뿐이라고 생각하다가, 때로는 책에서 읽은 그 말들을 자기 생각처럼 늘어놓다가, 언젠가부터는 그냥 아무 생각도 말도 하지 않았다.
졸업 후에도 슬기는 학생 때 살던 원룸에 몇 년을 더 살았다. 햇볕이 안 들고 엘리베이터가 없고, 장점은 현관문 앞에 중문이 있다는 것뿐인 방이었다. 사람에 치이며 출퇴근을 하면서 보증금을 모아 이사를 갔다. 울산에 내려갈 때면 습관처럼 령이를 만났다. 만날 때마다 령이가 부러웠고 또 령이가 슬기 자신을 부러워하기를 바라는 부끄러운 마음이 생겼다. 대학을 적당한 성적으로 졸업한 령이는 슬기보다 더 일찍 취업을 했고, 본가에서 이십 분 걸리는 곳으로 통근했다. 곧바로 운전을 시작해서 이제는 능숙했다. 반면 슬기는 아직 운전면허도 없었다. 령이는 내년에는 소형 평수 아파트를 얻어서 독립할 예정이라고 했다.
원래는 결혼하면 지원해주신다 했는데, 내가 고집부렸거든. 주위는 인제 다 결혼했다.
단호한 부모님을 구슬리고 구슬려 얻어낸 지원이라며 령이는 웃었다. 슬기가 물었다. 우리 이제 서른 넘었는데, 벌써 다 결혼했어? 령이가 대답했다. 그치, 서울이랑 울산이랑 다르지. 여기는 애들 다 애기도 키운다. 근데 니도 울산 오지. 울산도 집값 많이 오르긴 했는데 그래도 5억이면 혼자 살기 좋은 아파트는 충분하게 사는데.
슬기는 울컥했고, 5억은 무슨 통장에는 이번 달 생활비뿐이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어려웠다. 슬기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그럴까? 울산 살기 좋을 것 같다. 막상 돌아올 생각은 없으면서도 일말의 진심이 섞여 있었다.
이후 몇 년간 슬기는 정신없이 바빴고 고향에 돌아가지 않았다. 령이와는 가끔 통화만 했다. 긴 시간이 흘러서 이제는 저 고향이 어디예요, 라는 소개에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게 되었을 때. 사투리를 전혀 안 쓰시네요, 경상도 사람들은 다 억양이 있던데. 상대가 신기해해도 더는 어떤 뿌듯함도 느끼지 않는 어른이 되었을 때. 어느 동창은 한의원을 차렸고 또 누구는 아들 셋 엄마가 됐다더라는, 각자의 길을 가서 더는 직접 나눌 소식도 없어진 동창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 부글부글 끓던 열등감과 우월감과 피해의식과 질투조차 모두 옅어졌을 때 슬기는 령이를 비로소 다시 만났고 그래서 다행이었는지도 몰랐다.
너도 참 몇 년 만에 보는데 그대로다, 그런 인사를 나누고 한참을 말없이 커피만 홀짝이다가 령이가 말했다.
있잖아, 슬기야.
응?
나 너 되게 부러워했다?
나도 그랬는데. 너 부러워했는데.
그래?
응.
진짜 의외다.
왜?
나만 그런 줄 알았거든.
슬기는 물끄러미 령이를 보았다. 이상한 일이지만 그 이야기만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긴 시간 설명할 수 없는 마음들이 있었는데도. 그리고 두 사람은 화제를 옮겼다. 대청소를 하다 발견한 열 살 때의 그림일기 같은 것들로. 멀리 있어서 아프지 않게 말할 수 있는 것들로.
그날 밤 슬기는 이상하리만치 잠이 오지 않아서 한참을 뒤척이다가 유튜브에서 우주 영상을 보았다. 광활한 우주를 가로지르는 태양을 작은 나선처럼 움직이며 따라가는 지구가 있었다. 내레이터가 말했다. 우리는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돈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태양도 은하 중심을 공전하죠. 그리고 우리 은하는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의 중력 구심점을 향해 이끌려갑니다. 기준을 어디 두는지에 따라 중심은 계속해서 바뀝니다. 우리가 중심이라고 믿는 것은 얼마나 일시적인 것인가요?
슬기는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중심의 변두리를 끊임없이 도는 그 천체들에 대해서 생각했고, 언제인지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누군가를 보았다. 얼굴을 보지 않아서 령이인지 슬기 자신인지 알 수 없었다.
기회를 잡기 위해 떠날 수밖에 없는 지방에 대해 생각■ 작가의 말
‘나선과 변두리’는 울산이 고향인 슬기와 령이가, 서로 다른 ‘삶의 터전’을 꾸려나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이 도달한 풍경은 사뭇 다르지만, 그 출발엔 울산이 ‘중심에서 먼 곳’이라는 동일한 감각이 있었다. 울산에서 성장해, 포항에서 대학을 다닌 김초엽 작가는 “이런저런 기회를 잡기 위해 KTX를 타고 몇 시간씩 오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지방’에 산다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나선과 변두리’를 쓴 이유를 밝혔다. “일을 위해, 사람을 만나기 위해, 기회를 위해 계속해서 떠날 수밖에 없는 장소로서의 지방에 대해서요.”
김 작가는 몇 년 전 독립해 현재 수도권에 산다. 강연과 북토크를 하러 전국을 돌아다니는 일이 한층 수월해졌다. “서울도 아니고 경기도인데, 비교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특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울산과 포항에 대한 애틋함은 변함없다. 살 때는 떠나고 싶기도 했지만, 자리 잡고 살 수 있다면 좋은 도시라고 느낀다. 울산의 관람차를 보고 ‘캐빈의 방정식’이란 단편을 쓰기도 했다. “돌아갈 때마다 편안하고 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거든요. 울산이나 포항에서 제안이 오면 좀 더 눈여겨보고, 더 기꺼이 하게 되곤 해요.”
소설은 결국,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중심은 계속해서 바뀐다”고 말한다. ‘중심에서 먼’ 두 도시를 경험하고, 이제 ‘중심’에 더욱 가까워진 작가는 ‘삶의 터전’을 “있을 때 편안한 곳, 나 자신답게 살 수 있는 곳”이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더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삶의 터전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서울의 특권이 분산되어야 할 것 같아요.”
2017년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등단한 김 작가는 장편 ‘지구 끝의 온실’, ‘파견자들’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을 썼다. 오늘의 작가상 수상.
박동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