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지젤’ 공연에서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오른쪽)과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완이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의 ‘지젤’이 지난 1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내렸다. 13일과 15일에는 파리오페라발레의 한국인 에투알 박세은(36)이 지젤로 등장했다. 박세은은 지난달 파리오페라발레의 시즌 첫 개막작 지젤을 끝내자마자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의 파트너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이자 동갑내기 김기완. 두 사람은 예원학교 시절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까지 발레
릴짱 를 함께 배운 친구로 “언젠가 꼭 공연을 같이 하자”고 약속한 사이다.
◇지젤 주역 맡은 동갑내기 무용수
독일 라인강을 배경으로 한 낭만주의 발레 지젤은 시골 소녀 지젤이 신분을 숨긴 공작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졌다가 그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 목숨을 잃는 1막과 귀신(윌리)이 돼 알브레히트를 용서
바다이야기예시야마토게임 하는 2막으로 이뤄져 있다. 등장인물들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면은 19세기 유럽을 지배한 자연 회귀 열망과 초월적 세계에 대한 바람이 고스란히 녹아든 구성이기도 하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출신의 안무가 파트리스 바르의 프랑스식 버전을 따른 국립발레단은 낭만의 원전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박세은은 지난달 파리 공연에서 자신이 입은
검증완료릴게임 의상을 그대로 착용해 무대에 올랐다. 그 모습만으로도 프랑스 버전 특유의 실루엣과 분위기가 고스란히 무대에 스며들었다. 김기완과의 파트너십에선 안무의 수행뿐 아니라 정서적 교감이 빛났다. 20여 년 만에 함께 전막 공연을 올리는 기회를 잡은 이들의 마음은 교차되는 눈빛과 몸짓 속에 분명히 드러났다. 이날의 지젤은 서로의 감정을 나누며 만들어가는 서사에 가까
사이다쿨접속방법 웠고, 그 여운이 객석까지 격렬한 파동을 일으키며 퍼져 나갔다.
다만 김기완은 공연 직전 얻은 종아리 부상으로 알브레히트의 도약, 회전 등 고난도 기교를 온전히 펼치지 못했다. 발레에서 기술의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지젤과 같은 고전 레퍼토리에서는 남자 주역의 앙트르샤 시스(한 번 점프할 때 다리를 좌우로 6번 교차하는 동작)와 같
골드몽사이트 은 동작이 하나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의 움직임은 한계를 숨기지 않고 연기를 이어갔다.
◇객석까지 스며든 감정의 밀도
박세은은 세계 정상급 무용수다운 균형감, 고요한 중심, 정제된 선으로 파트너의 부족한 힘을 자연스럽게 감싸 안았다. 그녀가 오롯이 존재하는 순간 무대는 차원이 다른 시간대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마저 줬다. 인기를 누렸던 발레리나 마리 탈리오니가 ‘공기의 요정’(라실피드)이 돼 무대에서 떠다니듯 춤췄다는 기록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낭만주의가 꿈꾸었던 저승의 세계, 인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이 거기에 있었다.
공연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기교의 균열은 분명 존재했고, 어떤 관객은 이를 아쉬움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결함은 역설적으로 작품의 감성을 견고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형식적 완성도가 잠시 물러선 자리엔 두 사람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고, 기술보다 감정이 앞서는 순간들은 오히려 오래 남았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감정의 밀도는 객석에 깊이 스며들었고 기술의 평가를 넘어 ‘그들이 무엇을 전하려 했는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이번 ‘지젤’은 콩쿠르가 아닌 무대에서 예술가들이 어떻게 관객의 마음을 뒤흔드는지를 다시금 상기하게 만들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