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담대 27조원↓ 기업대출은 32조↑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은행권 영업의 무게중심을 주식 펀드 주담대에서 벤처 투자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새로 취급하는 주담대 위험가중치(RW) 하한은 15%에서 20%로 높이고 벤처기업 주식 등에는 기존 400%를 적용하던 위험가중치를 250%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위험가중치는 부도 위험이 큰 자산일수록 더 높은 비율을 적용해 은행에 자본 확충을 요구하는 장치다. 이를 자산 전체에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 반영한 위험가중자산(RWA)은 자본 건전성의 핵심 지표로, 비중이 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떨어져 대출 여력이 줄고 자본 부담은 커진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정으로 국내 은행의 연간 신규 주담대 여력이 27조원가량 줄어드는 대신 기업투자 여력은 약 31조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A은행 한 관계자는 "주담대 위험가중치가 올 행위허가신청 라가면 보통주자본비율 관리 차원에서 신규 취급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은행 간 경쟁이 완화되면서 대출 수요와 주택 매매도 위축돼 시장 과열을 억제하는 게 정책 취지로 풀이된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내년 은행 주담대 받기 더 어려워진다…위험가중치 20%로 상향(2025.09.19) 우량대출에 RW 상향 …거꾸로 가는 정책 부산문현금융단지 다만 은행권은 기업여신의 위험가중치가 여전히 주담대의 4배 수준인 데다 벤처기업 투자 적격성 심사 등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 이번 조정만으로는 자금이 생산적 영역으로 원활히 이동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업계가 거듭 요구해 온 기업대출 위험가중치 완화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주담대는 오히려 당초 계획에서 한 발 물러섰다. sc저축은행대출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들은 단기적으로 주담대를 줄이면서도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 중소·중견기업을 놓고 경쟁적으로 거래처를 빼앗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 과정을 생산적 금융 확대보다 불필요한 비용 경쟁이라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당국 안인 25%에서 20%로 낮춘 건 은행권의 건의 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급격한 충격을 막기 위한 조정"이라며 "이번 조정으로 주담대가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B은행 관계자는 "이미 은행에 총량규제 등 주담대 관련 규제들이 산재해있는 만큼 중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담보가 뚜렷해 건전성이 확보된 주담대에까지 위험가중치 강도를 높이는 것은 금융의 기본 질서를 뒤흔드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이 대통령이 '고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늘려 저신용자의 대출 금리를 낮추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게 업계 비판이다. 정책 목적에 맞추려고 안전 자산을 위험 자산으로, 위험 자산을 안전 자산처럼 바꿔버리는 건 금융 원칙을 뒤집은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향후 가계대출과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보고 주담대 위험가중치 추가 상향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