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기기 업체 젠하이저의 안드레아스 젠하이저 대표는 “한국은 세계시장의 테스트베드”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젠하이저. 일반인들에는 다소 생소한 독일 브랜드이지만, 방탄소년단·블랙핑크 등이 젠하이저의 주요 고객이며, ‘오징어게임’ 등 유명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도 젠하이저의 로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세계 최초의 오픈형 헤드폰과 무선 이어폰,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등을 개발하며 기술 혁신을 선도해 온 덕분이다.
창립 8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안드레아스 젠하이저 공동대표를 15일 만났다
급등주식 . 설립자 프리츠 젠하이저 박사의 손주인 그는 “오디오의 기술 혁신 덕분에 몇 년 안엔 블랙핑크 공연이나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 경기를 방안에서 현장처럼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K팝은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의 시대를 열었다. 음향 기기 산업엔 위기 아닌가.
온라인릴게임 A : “그 반대다. 새로운 기회가 확장되는 중이다. 예전보다 가수의 가창력 자체를 덜 중시할 순 있겠지만 오디오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K팝 등을 포함, 공연 산업이 거대 규모로 성장했고 극장에서 콘서트를 즐기는 사람이 늘었다.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같은 아티스트들은 좋은 공연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파악하기 위한 인이어 마이크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릴게임예시 폭발적으로 발전한 게임 산업에서도 체험 만족도가 중요해졌다. 게임 중 고글을 쓴 채 뒤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칼이나 총 같은 무기를 쓸 때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원한다.”
외국인매수 4개의 마이크 캡슐로 360° 입체 음향을 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앰비오 VR 마이크. [사진 젠하이저]
무료야마토게임 Q : 음향 기기가 계속 발달하면 어디까지 가능해질까. A : “음악 라이브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를 집에서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시대가 몇 년 안에 열릴 것이다. 집에서 고글을 쓰고, 마치 내가 블랙핑크의 공연이나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장에 와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이러려면 시각적 효과도 중요하지만, 앞뒤 좌우는 물론 위아래에서 자연스런 사운드를 입체적으로 느껴질 수 있게 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집이 아니라 자동차 안에서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넷플릭스·디즈니·애플 등에서도 몰입형 포맷을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가 개발한 앰비오(AMBEO)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도 과거엔 고품질 이미지에 신경 썼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한 오디오의 품질을 중시하고 있다.”
Q : 코로나19 기간에 젠하이저의 매출이 늘었다. A : “그렇다.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 발달 외에도 이 무렵에 원격 근무나 미팅, 대학 강의 등이 확산되지 않았나. 그러면서 비디오 바나 천장형 오디오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런 회의가 가능하려면 화면 못지 않게 음질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다. 이때 사업이 크게 확장됐다.” 젠하이저는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선 품질은 좋지만,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이어폰을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Q : 일반인에겐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좋은 이어폰을 고를 팁을 알려달라. A : “나는 물론 우리 제품을 선호하지만, 처음엔 고가 제품을 쓸 필요는 없다. 음악을 자꾸 들으면 이어폰의 품질 차이가 느껴지는데 그때 좋은 걸 사면 된다. 그러다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시점이 되면 구매를 멈춰야 한다. 내가 들을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는 기기에 돈을 쓸 필요는 없다.”
Q : 젠하이저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A : “하나를 꼽자면 내구성이다. 많은 제품들이 50~60년 정도 사용되고 있다.”
Q : 오래 사용한다는 건 매출에 도움되지 않을 텐데. A : “핑크 플로이드도 수십 년간 공연에서 우리 제품을 쓰고 있다. 이런 것이 우리에겐 큰 자부심이 되고, 고객들이 우리를 찾게 해 준다. 또, 내구성이 좋으면 두 번 만들지 않아도 되니 자원을 보존해 환경에도 좋지 않나.(웃음)”
Q : 한국 시장이 갖는 의미가 있나. A : “K팝 같은 중요 고객 외에도 한국은 세계 시장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한다. 한국과 일본은 제품의 기능뿐 아니라 미학적 가치를 매우 중시한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