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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노총들이 가입해있는 국제노총(ITUC)에서 올해 5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엔디시)에 대해 현황 조사를 돌렸다. 해당 국가 정부가 엔디시를 만들면서 노동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는지,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tion) 원칙을 반영하고자 하는지 등이었다. 민주노총의 답변은 ‘아니오’였다. 올해 2월까지 제출돼야 했던 ‘2035 엔디시’는 아직 제출되투자유망주식
지 않았고, 정부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오는 6일로 예정된 마지막 국회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해달라는 이야기를 10월 말에 듣기는 했다. 48%에서 67%까지 네 개의 안이 있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다. 하지만 그 안들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정부 안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도출되었는지 알지도 못한 인터넷신천지
채, 논의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공청회에 패널로 초대하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치는 것일까? 확실한 것은 이것이 정의로운 전환 원칙에 따른 엔디시 성안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나중에 한국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반영하여 2035 엔디시를 만들어 제출했노라고 떠벌일지는 알 수 없다. 4년 전 2030 엔디시를 제출하면서주식대화방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담은 탄소중립기본법을 만들었노라’고 자랑스레 언급했던 정부 아닌가? 한 달여를 남기고 제출된 당시의 초안, 결국 정부 안을 승인하는 거수기 역할밖에 하지 못했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그 어디에도 정의로운 전환은 없었다. 그때로부터 4년이 지났고, 기후위기 대응에 둔감했던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그다지 바뀐 게 고수닷컴
없다. 2028년 열리는 3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3)를 한국에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지만, 국제적 책임보다 여전히 단기적 이익을 앞세운다.



지난 9월24일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에서 열린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파트론 주식
목표’(NDC) 수립을 위한 수송부문 대국민 토론회.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산업계는 이른바 현실성, 산업경쟁력을 운운하며 감축 목표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업부문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지만, 감축 목표는 다른 부문에 비해 크게 낮다. 정의로운 전환은 당사자의 주도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 파리협약,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가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세웠을 때 그 핵심은 당사자 참여였다. 이번 2035 엔디시 성안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가? 산업계 요구가 제출되었을 때 그 요구안에 노동자들의 요구는 담겨있는가? 산업 역군이라는 노동자들은 산업계의 요구를 만들 땐 유령처럼 사라진다.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그 어떤 실질적인 노력도, 대책도 없이 산업계의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 만들어질 순 없다.
산업계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확대를 떠맡으라는 것이 아니다. 전 사회적, 전 정부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적 이익을 앞세우거나 한 부문의 대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기후위기는 한 산업,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후위기와 상관없는 곳에서 우리만 홀로 번영할 수도 없다. 그러니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우리의 역사적 책무에 눈감지 않아야 한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역량에 맞는 ‘기여’로서 엔디시(NDC는 원래 ‘국가결정기여’의 줄임말)여야 한다.
노동자들의 일자리 걱정을 온실가스 감축 완화의 핑계로 삼지도 말아야 한다. 일자리 위협에 대한 노동자의 저항은 당연하다. 오히려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에 따라 해당 산업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는 버팀목이 되도록 해야 한다.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올해 말부터 석탄화력발전소가 본격적으로 폐쇄된다. 수천 명의 발전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폐쇄에 동의했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의로운 전환’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도, 발전공기업도 발전 노동자와 해당 지역을 위한 대책은 나 몰라라 한다. 그러니 온실가스 감축을 현실화하려면 노동자들의 주도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 노동자와 당사자들이 참여해 함께 만드는 엔디시야말로 정의롭고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된다. ‘죽은 행성에는 일자리도 없다’(미국 환경운동가 주디 본즈의 말)는 것을 노동자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석 민주노총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