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금치=진주에서 활동 중인 최영효 시조시인의 장편 시조집. 동학농민혁명의 발자취를 따라 한국 근대사의 흐름과 좌절, 비극성을 충실하게 복원·해석한 대서사적 구성을 띈다. 최영효 시인은 이 시집으로 올해 이호우·이영도 시조문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갑오년 동짓달 열하루를 기억하라 무작정도 아니고 이판사판도 아니다 한 해에 안 태어나도 한시에나 죽어보자고 접시 물에 죽지 말고 개울물에도 죽지 말고 자식으로 한번 죽고 남편으로 당당히 죽자 우금치 마지막 결사 내가 죽어 네가 살리라"('죽음의 결사 우금치' 中) 목언예원, 248쪽, 3만 원.
◇디카시와 철학=디카시의 창시자 이상옥 창신대 명예교수가 인공지능(AI)과 공동 사유를 통해 집필한 신간. 이 교수는 AI에게 디카시 관련 정보를 딥러닝 시켜, 디카시 창작의 핵심 원리와 철학을 접목해 한층 풍성한 디카시론을 구축했다.
플라톤부터 지젝까지 22인의 철학 담론을 원용해 디카시론을 쌓고, 공광규·정채원 시인 등의 디카시 작품 42편을 실천·비평해 철학·문학·기술이 교차하는 사유의 장을 열었다. 철학의 심오함과 디카시의 창작적 생동감이 만나, 인공지능 시대 문학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창연출판사, 212쪽, 2만 원.
◇풀등의 꿈=마산을 중심으로 시인이자 수필가로 활동 중인 배소희 경남수필문학협회 부회장의 새 수필집. "10년 전 봄, 꽃 피는 것을 애써 외
면한 적이 있었다. 거리의 나무마다 꽃봉오리가 맺혀 있거나 꽃잎을 열려고 할 무렵 '꽃 피지 말아라. 피어서 쉬이 지거들랑 그냥 그렇게 입을 꼭 다문 채 조금의 희망도 꽃 피우려 들지 마라.'고 속으로 애원한 적이 있었다.…그해 봄, 진주로 가면서 많은 꽃을 보았지만 애써 외면했다. 화사하게 피는 꽃들을 공연히 미워한 봄날이었다. 어쩌면 꽃들의 속울음을 본
것도 그때였다."('동행' 中) 경남, 208쪽, 1만 5000원.
◇개경전=고성 출생으로 진주에서 활동 중인 김유경 시인이 발간한 첫 시집. 1부 섞박지를 비롯해 △2부 달팽이의 꿈 △3부 울 엄니 텃밭에는 △4부 붕어 싸만코 등 4부에 걸쳐 59편의 시와 박종현 시인의 해설이 실렸다. "주먹만 한 불두화 대가리/뭇 중생들 번뇌 다 털린다//어머님이 좋아하시던 절/49재 지내고/극락전에 부모님 위패 모시니/초파일 환한 부처 목단꽃 망울에 눈시울 붉다//나, 죽으면 49재 좀 지내주면 안 되겠나/돈 많이 모아 두셨는지요//우스개 삼아 여쭌 말이/십 년 세월 도리깨질이다"('정토사 극락전' 하략) 오감도, 132쪽, 1만 원.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기자 admin@slotmega.info